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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굿보스 줄거리(스포O) 해석 감상

by 비화시 2022.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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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지방의 저울 공장 사장 블랑코(하비에르 바르뎀 분)는 공장이 우수 기업상 후보에 오르며 심사위원들의 방문을 앞두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하는 그 순간을 위해 당장에 엉켜버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블랑코의 행동들은 시종일관 실소를 자아냅니다.

 

영화 장면 중, 부당해고에 항의하며 블랑코 공장 앞에서 시위 중인 호세
부당 해고에 항의하며 블랑코 공장 앞에서 농성 중인 호세

얼마 전 아마도 부당하게 해고된 호세(오스카 데 라 푸엔테 분)는 자녀들을 동반한 채 공장 밖에서 1인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부인과의 불화로 심경이 복잡한 미랄레스(마놀로 솔로 분) 팀장은 업무 중 잦은 실수를 하며 큰 손실을 내고 있습니다.

주말에도 블랑코의 집에 들러 잡일을 하며 충성을 하는 나이든 직원 포르투나(셀소 부갈로 분)는 이민자에 대한 묻지마 폭행 저지른 후 경찰서에 있는 자신의 아들을 구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이에 더해 새로 온 마케팅팀 인턴 릴리아나(알무데나 아모르 분)와 블랑코의 기류가 심상치 않습니다.

 

블랑코는 저울공장에 걸맞게 균형과 정의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여 놓길 좋아합니다. 하지만 위의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블랑코의 모습은 그의 말과는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영화의 한 장면. 공장 앞에서 시위 중인 호세를 보며 머리를 굴리는 블랑코.
머리를 굴리는 굿보스 블랑코

 

해고된 호세의 농성 따윈 안중에도 없던 블랑코는 심사위원의 방문이 다가올수록 신경을 쓰게 되는데, 경찰에 신고도 해보지만 공유지에서의 농성은 막을 수 없다는 답변을 듣습니다. 조급한 마음에 다늦게 여러가지 제안을 해보지만 이미 상처를 받을대로 받은 호세는 공장 밖 농성을 멈출 생각이 없습니다. 블랑코는 포르투나에게 아들을 시켜 호세를 폭력적으로 내쫓을 것을 지시합니다. 당일에 경비원에게 오페라 티켓을 주며 일찍 퇴근시키는 치밀함도 보입니다. 그 날 밤 농성 텐트에서 잠 든 호세를 찾은 포르투나의 아들과 그 친구들은 이민자들에게 했던 것처럼 호세를 폭행합니다. 그러던 중 포르투나의 아들이 죽게 됩니다.

 

부인과의 불화로 실의에 빠져 경제적 손실을 내고 있는 미랄레스에게는 다른 여자와의 자리를 마련하거나 그의 아내 직장에 찾아가 우리 직장을 위해 남편과 잘 지내보라고 말하는 등의 오지랖을 떨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또한 뜻대로 되지 않자 어린 시절부터 가족 간의 연이 있었던(이 또한 상하관계가 분명한) 미랄레스를 결국 해고합니다. 호세와 같은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미랄레스의 사내불륜을 언급하며 고상한 말투로 협박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그 자리는 능력은 있지만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랍 이민자가 팀장이 됩니다(이 과정에서도 서사가 있습니다).

 

지역 유지로서의 권력을 이용해 포르투나의 아들을 경찰서에서 쉽게 빼오고 부인이 운영하는 의상숍에서 잔일을 하는 일자리까지 주선해주지만, 포르투나의 아들이 잘 자리잡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기보단 블랑코에겐 별다른 노력이 필요 없는 순간의 호의일 뿐, 결국 사람이 아닌 도구로 대하고 있음을 위 폭행 사주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점잖은 신사처럼 행동하지만 사실 젊은 인턴들과 잠자리를 갖고 인턴십이 끝남과 동시에 관계를 끝내왔던 블랑코는 릴리아나와도 잠자리를 갖습니다. 하지만 릴리아나는 블랑코와 집안 간 교류가 있는 친구의 딸이었으며, 어린 시절부터 블랑코를 연모했기에 자신을 숨기고 인턴으로 나타났던 것. 불편해진 블랑코는 릴리아나를 인턴에서 자른 후 관계를 끊고자 하는데 그 과정에 최소한의 예의 따위는 없습니다. 화가 난 릴리아나는 자신과의 관계를 부모님과 블랑코의 부인에게 알리고 싶지 않으면 마케팅 팀장 자리를 달라는 협박을 합니다. 블랑코는 이를 들어줍니다.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것 같지만, 우리의 굿보스 블랑코에게는 계획이 다 있었습니다.

호세의 농성천막이 사라진 깔끔한 길을 들어선 심사위원들의 눈에 펼쳐진 블랑코의 공장은 여성과 이민자도 팀장이 될 수 있는 곳이었고, 하급 직원 아들의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뤄주는, 균형과 정의라는 가치가 실현되고 있는 훌륭한 일터였던 것이죠.

 

영화 장면 중, 공장을 상징하는 저울이 기울어져 있는 걸 바라보는 블랑코
저울은 제대로 고쳐지지 않았다

블랑코의 공장 초입에는 공장의 기업정신을 상징하는 저울이 있는데 고장이 났는지 한쪽이 약간 기울어져 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방문할 때 완벽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저울을 어서 고쳐합니다. 블랑코는 한쪽에 몰래 총알을 올려 눈속임으로 균형을 맞춥니다.

 

블랑코는 마침내 우수기업상을 거머쥡니다.

 

한 장면

굿보스 영화 장면 중, 우수기업상을 벽에 전시한 블랑코가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다.
우수기업상을 벽에 전시한 블랑코

우수기업 상장을 블랑코의 자택 벽에 거는 일도 이 상장 때문에 아들을 잃은 포르투나의 몫입니다. 뭐 그런 건 전혀 개의치 않고 벽에 걸린 상장들만을 황홀한 듯 바라보는 블랑코의 얼굴이 클로즈업됩니다. 그러다 한순간 표정이 일그러지는 블랑코. 회의감이 든건가, 라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옵니다. 가질 걸 가졌다는 듯 가뿐히 돌아서며 영화는 끝납니다. 그 미세한 표정의 변화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두 줄 감상

우리가 목격하고 안심하고 있는 것들 대부분이 총알로 맞춘 당장의 균형이라는 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좀 무력해지고 말았음. 뭐, 재밌었음!

 

 

영화 개요

  • 굿 보스 (2021, 스페인)
  • 감독 :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 출연 : 하비에르 바르뎀, 마놀로 솔로, 알문데나 아모르, 오스카 데 라 푸엔테 등
  • 상영시간 : 120분
  • 등급 :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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