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 엔지니어인 상우(유지태 분)와 강릉 라디오 방송국 PD 은수(이영애 분)는 프로젝트를 위해 첫 만남을 갖습니다. 만남이 거듭되어도 여전히 쭈뼛대는 순수청년 상우에게 '라면 먹고 갈래요?'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라면 먹을래요?'라고 했던, 희대의 대사를 남기며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은수. 이 둘은 봄이 시작할 즈음 연인이 됩니다.
집 마당 하얗게 쌓인 눈 위에 조심스레 첫 발자국 찍듯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상우. 순수청년이라면 의례 그렇듯 성실하게도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하지만 이미 결혼과 이혼까지를 경험한 은수는 냉큼 뒷걸음질 칩니다. 둘 사이의 공기가 조금 바꼈습니다.
이와중에 은수의 곁에 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순수청년 상우와는 정반대로 보이는, 은수와 참 닮은 어딘가 능청스러운 어른의 모습으로 말이죠. 세련되고 거침없는 남자와 은수는 급격히 가까워 집니다.
그리고 결국 은수는 상우에게 이별을 말합니다. 상우는 술에 취해 매달리기도 하고 새 연인과 여행을 가는 은수를 미행하고, 질투에 못이겨 은수의 차에 흠집을 내다가 들켜버리기까지 합니다. 한없이 촌스럽고 지질하게 굴던 상우는 결국 휴직까지 하며 실연의 시간을 성실하게 보냅니다. 그렇게 아파할만큼 아파할 수 있는 것도 처음이기에 가능한 것일테죠. 그리고 그런 시간을 보냈기에 상우는 미련 없이 털어버릴 수 있었을 겁니다.
반면 상우와의 이별 후 아플 틈 없이 새로운 연인을 만났던 은수는 미련을 버릴 틈 역시 없었을 겁니다. 은수의 마지막 모습은 상우를 다시 찾아갔다가 거절 당하는 것이었지요. 미련 따위 남지 않을만큼 아파했던 상우는 덤덤히 은수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엔딩 장면, 다시 소리를 담으러 들판에 나가 있는 상우의 모습은, 조금 위태로워 보였던 순수청년이라기엔 어딘가 성숙해 보입니다.
이렇게 '봄날은 간다'는 이별을 말하는 연인에게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반문할 수 있는 상우와 사랑이 변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은수가 첫봄을 맞으며 사랑을 하고 다음 봄에 이별한 이야기입니다.
멜로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촘촘하고 세밀한 어른판 성장영화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한 장면
이 영화의 모든 장면과 소리를 좋아하지만, 오늘은 이 장면이 좋다. 치매를 앓고 있는 상우의 할머니가 봄날 마루에 앉아 봄바람 맞으면서 '봄날은 간다' 노래를 흥얼거리는 장면.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봄날은 간다'. 할머니가 간다면 가는 거다.
한 두 줄 감상
맞다. 봄날은 간다.
영화 개요
- 봄날은 간다 (2001)
- 감독 : 허진호
- 출연 : 유지태, 이영애 등
- 상영시간 : 1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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