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청하는 유튜브 채널은 '숏박스'입니다. 비슷한 스케치 형식 코미디 채널인 '너덜트'를 먼저 알게 됐고, 이후 피드에 뜬 숏박스 영상 하나를 무심코 봤는데, 처음엔 너덜트의 아류 정도라고 생각해 버렸지 뭐예요.
하지만 오산이었습니다.
일상에서 무심코 하는 행동들을 각각의 상황에서 굉장히 디테일하게 담아내는데, 그 깨알같은 요소들을 극중에 무심하게 툭툭 뿌려놓습니다. 그 연출방식이 무척 매력적이에요.
특히 오랜 연인 사이인 남녀의 상황을 하이퍼리얼리즘으로 담아낸 '장기연애'가 채널 급상승의 계기가 된 듯합니다. 2021년 10월 31일 첫 영상 업로드 후, 2022년 일사분기가 지난 현재 구독자가 128만 명이네요. 저 역시 장기연애 에피소드 중 아래 대사에서 진정으로 빵 터진 후 채널을 구독하고 정주행했지요.
여자 : "우리 오늘 키스 할거야?"
남자 : "몰라. 상황 봐서."
국밥을 먹다가 기념일인 걸 알게 된 남녀가 그래도 구색을 맞추기 위해 숙소를 예약하면서 나눈 시크한 대화예요. 서로 무덤덤해졌지만 신뢰와 의리가 자리하고, 서로를 편안하게 해주고 위하는 진정한 방식을 체득한 연인의 모습 그 자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진지하게 적으니까 뭔가 싶지만 웃깁니다. 네.
채널의 모든 영상들은 겪어 본 사람들은 겪어 봐서, 안겪어 봐도 어디선가 한번쯤 본 것 같아서, 어지간하면 보는 내내 낄낄대지 않을까 싶어요.
너덜트가 일상의 상황을 유려한 편집으로 감각적이게 담아내고 있어 정제된 느낌을 받는다면, 숏박스는 일상 그대로를 담아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질리지 않고 콘텐츠도 무궁무진할 것 같은 기대를 줍니다. 너덜트의 당근마켓 영상 등 초기 영상을 보고 반해 버려 주위에 전파한 적이 있지만, 최근엔 뭔가 제작하는 분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느껴진달까... 그렇더라고요. 모두 화이팅입니다.
무엇보다도 숏박스 출연진들의 연기력이 뛰어납니다. 개그콘서트 출신인 개그맨 김원훈 님과 조진세 님이 고정멤버이고, 개그맨 엄지윤 님이 객원멤버로 함께하고 있어요. 김원훈-조진세의 찐따같은 친구 케미, 김원훈-엄지윤의 연인 케미, 조진세-엄지윤의 남매 케미가 일품입니다.
이 밖에도 치과, 미용실 등 다양한 상황을 담은 5분 가량의 콘텐츠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세 분 모두 하이퍼리얼리즘에 최적화된 외모와 연기력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기본기가 굉장히 탄탄하다는 게 느껴집니다.
개그맨이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대체로 참 다재다능한 것 같아요. 그들의 재능을 가감없이 담아낼 수 있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재능과 꿈이 있는 사람들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세상입니다.
숏박스 출연진
김원훈(고정멤버)
- 2015년 KBS 30기 공채 개그맨
- 1989년 1월 30일 인천 출생
- 갱년기인 어머니를 주제로 한 생활정보 TV프로그램(식당에서 우연히 본 거라 뭔진 모름)에 가족 전체가 나온 적 있음 내가 봤음
- 능청스런 연기가 일품
조진세(고정멤버)
- 개그맨
- 1990년 12월 10일 서울 출생
- 2016년 KBS 31기 공채 개그맨
- 생각보다 다부진 몸과 긴 턱
- 하이퍼리얼리즘이란 이런 것
엄지윤(객원멤버)
- 2018년 KBS 32기 공채 개그맨
- 1996년 5월 2일 출생
- 숏박스 정식 멤버는 아니라지만 숏박스 급등에 혁혁한 공을 세움
- 본인 유튜브 채널 '엄지렐라'에서 된장녀 패러디 콘셉트로 활약 중
- 전형적인 MZ세대 여성 연기 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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